주어와 서술어가 짝을 이루지 못하는 슬픔 2
- 논문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 사례 1
지난 시간에 논문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 사례로 주술 비호응 문제와 함께 이를 개선/해결하는 첫 번째 단계를 알아봤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어서 두 번째와 세 번째, 네 번째 단계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지난 시간의 예시문을 다시 소개해보면
논의의 편의를 위해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예시문 (1)을 다시 소개해보겠습니다. “욕구 5단계설을 제시한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A. H. Maslow)의 이론은 욕구가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 요인이며, 충족도에 따라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성장해간다.”
예시문 (1)의 문제를 개선/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전체 문장을 주제/내용별로 나눈 뒤 다시 핵심 내용과 부차적 내용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1)은 세 가지 내용/주제로 구성돼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가 욕구 5단계설을 제시하였다'(①), “욕구가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 요인이며, 충족도에 따라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성장해간다”(②), '매슬로는 욕구 5단계설을 이 같은 내용으로 설명하였다'(③) 등이 그것이지요. 아울러 논지의 문맥에 따라, 연구자가 강조하는 초점에 따라 핵심 주제/내용과 부차적 주제/내용이 달라질 수 있음을 살펴봤습니다.
내용이 반복돼도 주술 호응은 안 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무엇일까요? 각 문장의 주어와 서술어가 짝을 이루고 있는지 점검하며 고치는 것입니다. 위에서 제시된 세 가지 주제/내용 중 ③만이 문법적으로나 의미적으로 문제가 없는 문장입니다. 문제는 ①과 ②에 해당되는 표현입니다.
우선 ①에 해당되는 표현은 “욕구 5단계설을 제시한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A. H. Maslow)의 이론은”입니다. 주어 “이론은”과 그것을 수식하는 구절 내 서술어 “제시한”은 문법 차원에서는 문제가 없습니다. 반면 의미적/내용적 차원에서 비호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욕구 5단계설을 제시한 것은 사람인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이지 그의 이론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왜 이런 문제가 생겨났을까요? “이론은”의 내용과 그것을 수식하는 구절 내 목적어인 “욕구 5단계설을”의 내용이 비슷한 것이 근본 원인입니다. 즉 사람이 아닌 ‘이론'이 '이론'을 제시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지요. 비슷한 내용이 주어와 목적어에 반복되다 보니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의 관계가 꼬여버린 사례입니다.
그러므로 “제시한”이 수식하는 주어는 “매슬로의 이론은”이 아닌 “매슬로는”이 돼야 합니다. ①을 “욕구 5단계설을 제시한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A. H. Maslow)는”으로 고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①의 주술 비호응 문제는 “이론은”의 내용과 “욕구 5단계설을”의 내용이 비슷하게 반복되는 데서 기인합니다. 다시 말해 ①은 내용의 반복이 주술 비호응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서술어가 결락돼도 주술 호응은 안 될 수 있다
다음으로 ②에 해당되는 표현은 “이론은 *** 성장해간다”입니다. “성장해간다”는 “욕구가”에 호응하는 서술어입니다. 즉 주어 “이론은”에 호응하는 서술어가 결락돼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론은 *** 성장해간다”는 “이론은 *** 성장해간다고 설명하였다”는 식으로 고칠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하면 ①과 ②에 각각 해당되는 표현은 서로 다른 원인의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①에 해당되는 표현에서는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탓에 의미적/내용적 차원에서 주술 호응이 안 된다면, ②에 해당되는 표현에서는 서술어가 결여된 탓에 문법 차원에서 주술 호응이 안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비호응 문제가 발견될 경우, 그것이 의미적/내용적 차원에서 기인하는지 아니면 문법의 오류에서 기인하는지 잘 생각해본 뒤 고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문장에 한 가지 주제/내용만을 담는 방법
두 번째 단계에서 세 가지 내용/주제의 문장이 각각 어떤 주술 비호응 문제를 안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올바르게 고칠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세 번째 단계는 핵심 주제/내용을 중심으로 문장들이 형성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1)을 몇 개의 문장과 어떤 방식으로 고치는 것이 좋은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선 ① ② ③을 각각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흔히 한 문장에 한 가지 주제/내용을 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그래야 문장의 의미가 한눈에 명쾌하게 파악되고 제대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한 문장-한 주제/내용이 고도의 전문 지식을 담아내는 학술적 글쓰기의 핵심 원칙으로 강조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문장 길이는 ’의미 단위‘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등에서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의 주제/내용이 각각 한 문장으로 형성되면 논지가 경쾌하고 신속하게 이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핵심 주제/내용을 중심으로 문장을 형성하는 방법
또는 핵심 주제/내용을 한 문장으로 만들되 여기에 부차적 주제/내용을 붙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핵심 주제/내용인 ②를 한 문장으로 만든 뒤 ①이나 ③을 ②에 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식으로 핵심 주제/내용이 수식하는 구절이나 복문 내 안긴문장이 아닌 온전한 단문으로 형성되면, 논지가 핵심 주제/내용 위주로 전개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의 방식 외에 문맥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주제/내용을 세 개의 문장으로 만들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경우의 수 중 가장 바람직한 것을 선택해 고치는 것입니다. 우선 위에서 말씀드린 학술적 글쓰기 원칙에 따라 ① ② ③을 각각 하나의 문장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고쳐보면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A. H. Maslow)는 욕구 5단계설을 제시하였다. (매슬로가 설명한) 욕구 5단계설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욕구는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요인이며, 충족도에 따라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성장해간다는 것이다.”가 됩니다.
첫 번째와 세 번째 문장은 원문 (1)에 있던 내용을 조금 고친 것이라면, 두 번째 문장은 문맥에 맞게 새로 쓴 것입니다.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두 번째 문장이 의미 가치 또는 의미 정보를 거의 담고 있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첫 번째와 세 번째 문장을 이어주는 단순한 기능적 역할만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서는 '의미 가치 있는 문장 쓰는 법' 등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따라서 두 번째 문장을 굳이 남겨둬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두 개의 문장으로 간결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핵심 주제/내용인 ②를 한 문장으로 만든 뒤 ①과 ③ 중 하나를 ②에 붙이는 식으로 고쳐볼 수도 있습니다. 우선 ①과 ②(+③)를 각각 한 문장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A. H. Maslow)는 욕구 5단계설을 제시하였다. 욕구 5단계설에 따르면, 욕구는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요인이며 충족도에 따라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성장해간다." 이런 식으로 고칠 경우 2개의 문장만으로 논지가 간결하게 전개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는 ①+③과 ②를 각각 한 문장으로 만들 수도있습니다. 고쳐보면,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A. H. Maslow)가 제시한 욕구 5단계설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욕구는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요인이며 충족도에 따라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성장해간다는 것이다”가 됩니다. 첫 번째 문장은 주어와 서술어가 각각 두 개인 복문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문장에서 욕구 5단계설을 설명하겠다는 내용이 제시돼 있다면, 두 번째 문장에서는 욕구 5단계설의 내용이 제시돼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고칠 경우 욕구 5단계설이 말하는 욕구의 의미가 한층 부각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상으로 주어 관련 문제 중 가장 흔한 사례인 주술 비호응 사례를 알아봤습니다. 주술 비호응만큼이나 논문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번역투’ 표현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논문에서 많이 발견되는 ‘번역투’ 표현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계속)
세 줄 요약:
주술 비호응에는 서술어 결락, 내용 반복 등의 원인이 있다
한 문장에 한 가지 주제/내용을 담는 것이 가장 좋다
핵심 주제/내용을 중심으로 문장을 형성할 수도 있다
위 글의 저작권은 ‘진짜 전문가’에게 있습니다.
무단 복제와 표절(유사 표절 및 짜깁기 포함),
아이디어 도용을 금합니다.
열기 닫기